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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5 02:03:57)
이재훈
이원 - 영웅
영웅


                                                       이원(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 문학과 지성 2007)



  오늘도 나는 낡은 오토바이에 철가방을 싣고
  무서운 속도로 짜장면을 배달하지
  왼쪽으로 기운 것은 오토바이가 아니라 나의 생이야
  기운 것이 아니라 내 생이 왼쪽을 딛고 가는 거야
  몸이 기운 쪽이 내 중심이야
  기울지 않으면 중심도 없어
  나는 오토바이를 허공 속으로 몰고 들어가기도 해
  길을 구부렸다 폈다
  길을 풀어줬다 끌어당겼다 하기도 해
  오토바이는 내 길의 자궁이야
  길은 자궁에 연결되어 있는 탯줄이야
  그러니 탯줄을 놓치는 순간은 절대 없어

  내 배후인 철가방은 안팎이 똑같은 은색이야
  나는 삼류도 못 되는 정치판 같은 트릭은 쓰지 않아
  겉과 속이 같은 단무지와 양파와 춘장을
  철가방에 넣고 나는 달려
  불에 오그라든 자국이 그대로 보이는
  플라스틱 그릇에 담은 짜장면을
  랩으로 밀봉하고 달려
  검은 짜장이 덮고 있는 흰 면발이
  불어 터지지 않을 시간 안에 달려
  오토바이가 기울어도 짜장면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내 생의 중력이야
  아니 중력을 이탈한 내 생이야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은 모두 이곳이 아니야
  이곳 너머야 이 시간 이후야
  나는 표지판은 믿지 않아
  달리는 속도의 시간은 지금 여기가 전부야
  기우는 오토바이를 따라
  길도 기울고 시간도 기울고 세상도 기울고
  내 몸도 기울어
  기울어진 내 몸만 믿는 나는 그래 절름발이야
  삐딱한 내게 생이란 말은 너무 진지하지
  내 한쪽 다리는 너무 길거나 너무 짧지
  그래서 재미있지
  삐딱해서 생이지 절름발이여서 간절하지
  길이 없어 질주하지

  달리는 오토바이에서 나도 가끔은 뒤를 돌아봐
  착각은 하지마 지나온 길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야
  나도 이유 없이 비장해지고 싶을 때가 있어
  생이 비장해 보이지 않는다면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온몸이 데는 생의 열망으로 타오르겠어
  그러나 내가 비장해지는 그 순간
  두 개의 닳고 닳은 오토바이 바퀴는 길에게
  파도를 만들어주지
  길의 뼈들은 일제히 솟구쳐오르지
  길이 사라진 곳에서 나는
  파도를 타고 삐딱한 내 생을 관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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