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2004-10-16 11:28:21)

송정호(92)

가을M.T(글터 1995 봄호 통권 12호)

가을M.T

92 송정호

귀에 익은 물소리가 새어 들어와
그리운 고향 풀피리소리 감싸안고
돌다리 밑을 휘감아 돈다.

걸어 들어온
'산길, 민박집
똥덩어리 가득한 구더기 더불어

암모니아 시큼한 냄새
냄새 먹고 자란 호박들이
넝쿨에 의지한 채
차디찬 저녁이슬 받아먹고 있다.

이놈, 저놈 웃는 소리
소주잔에 모여들고
새우깡 안주 삼아 들이킨 알코올에
가을 홍시처럼 상기된 널찍한 얼굴

이제
서로싸우지않고는

서로물어뜯지않고는견딜수없는지경이다.

후배들의 높은 언성
낮선 하늘에 메아리 치고
이미 꼬부라진 혓바닥으로 변명 비슷한 말 한마디
울부짖고
서로 가슴에 가슴을 부둥켜안았다.

늘어나는 술병에 필름꺽인 눈동자에

이쪽, 저쪽 뒤엉켜
못 다한 이야기 꿈속에서 나누며
살을 비빈다.

가을하늘로
조용히
숨을죽인다.

토종닭 웃음소리에 눈을 뜬 아침
라면 술을 해장국 삼아 한 사발 들이키고
쓰린 속 담배연기로 뿜어낼 때
어제와는 사뭇 다른 사랑이
살며시 눈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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