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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9 22:41:57)
92윤경
윤경이 근황
태일이형이 제 글을 올려주셨네요..^^
지연이에게 궁금해 하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간단한 부인과 수술을 받을 예정이였는데
합병증이 생겨서 한달 정도 입원하고 재수술도 했다가
지금은 병가중에 있습니다.

무슨 소식을 전할까..고민하다가
제가 간간히 적어놓았던 짧은 글들을 올리는게 가장 자세한 근황같습니다. ^^

더 자세한 근황은 저와 싸이월드 1촌을 맺어주세요..^^
조만간에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월 18일... 첫 수술을 하다..

수술전부터 왠일인지 컨디션이 좋질 않았는데
마음 저 깊은 곳에서도 고민이 많았는데...

3월에 할일들이 많은터라..괜찮겠지 했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마취가 되고..덜덜 떨면서 회복실에서 눈을 떠서는
용감하고 늠름하게 수술을 이겨내고...

5시에 병실로 옮겨져서는 9시부터 걷기 시작했으니...
이제 2주만 쉬고 빨리 일해야지..했었는데..  --;;



2월 21일... 다시 입원하다

왠지 몸이 좋질않다.
슬피 눈물이 나고 가련한 엄마와 남편에게 화를 낸다.
열이 나고 온몸의 통증에 도통 식사를 못한다.

검사도 하고 링거도 맞고
밝은 창이 있는 따뜻함에 안정감이 느껴져..
이제 좀 살것 같아 다음날 퇴원한다.



3월 1일...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열이 올라 숨이 가쁘다..
통증은 심해지고 급기야 토요일 아침에
침대에 웅크리고 울어버렸다.

남편이 부랴부랴 응급실로 데려가 입원을 한다.
CT 결과를 보고 놀란 남편.. 판독결과를 가지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몸이 덜덜떨리는 응급실 침대에서
눈물이 베게를 적신다...

나에게 무슨일이 일어난걸까?



3월 첫째주... 열과의 싸움

수술 시 출혈이 있었고
출혈이 감염이 되어 10cm가 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농양이 생겼단다..

이렇게 빠른시간에 이렇게 큰 염증은 의사들을 놀라게 했다.

열이 치솟고 숨도 못쉬는 고통이 찾아온다.
내 머리크기 만큼도 더 되는 세가지 종류의 항생제를
혈관에 들이붓고(이 표현이 맞을것이다)
양옆구리에 얼음을 끼고
머리에 수건을 얹고...

사람이 찾아와도 인사할 힘이 없어 눈만 깜빡인다...



3월 두째주... 재수술을 할것인가

양팔에 십수번 혈관주사를 맞다보니
혈관이 다 숨어버렸다..
혈관주사 없이 살아왔던 내 그간 세월이 얼마나 행복하였더냐?

수술결정은 힘이 든다.
나를 집도한 의사, 집도한 의사를 소개해 준 의사,
그리고 집도할 의사의 의견이
조금씩 틀리다.

검사를 받으러..2층으로 내려간다.
왠지 두렵고..어지럽고.. 마음이 약해진다.
2층 천장에서 햇빛이 비춰들어온다.
창틀에 갈라져 바닥에 얼룩진 햇살을
정말이지 단단히 부여잡고
우울해진 눈물을 참았다.

나는 결심했다.. 하자!! 수술~!!
두번째라 정말 하기 싫었지만....

건너편 방에서 할머니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옆방에서 찢어지는 듯한 아기 울음소리...

모두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여기는...지옥이다....



3월 12일... 두번째 수술을 하다

수술대에 누웠다.
서서히 잠에 든다....

생각보다 염증부위가 커져 수술도 예상보다 커진다.
집도의의 호출을 받은 남편이 수술실로 뛰어들어가고
천만번 놀란 엄마가 함께 따라들어가다 다시 쫓겨 나오시고
눈물바람을 하신다.

5시간의 수술끝에
눈을 뜬 회복실에서 엄마를 보니
눈물 한줄기가 떨어진다.

생각보다 커진 수술에 통증을 참을 수가 없다..
"진통제....."
산소마스크 벗고 남편에게 내가 처음 한말...

병실엔 큰언니, 작은언니도 조퇴해서 와있고 숙모도 와계신다..

고통과 목마름의 시작...
물 한모금이 처절하게 필요했던 하루하루

일분일분이 더디게 흘러가고
지루하게 고통스럽다.

수술 후 4일이 지나도 물도 음식도 제대로 넘길수가 없다



3월 15일... 남편이 아프다

한달가까이 제대로 먹은 것이 없어
약해질대로 약해진 나는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린다.

낮에는 일을 하고 틈틈히 나를 돌보고
밤에는 잠못자고 나를 간호하던 남편이
입술이 온통 부르트고
몸살에 걸려 아프다..

내가 눕던 침대에 잠시 뉘여서 재우고는
석양이 지는 건너편 소파에서
숨을 바트게 토해내며 생각하자니
눈물이 주룩 흐른다.

절망이다.
저 사람이 아프다....
몸보다 내 마음이 더 아프다........



3월 16일...식욕이 생기다..

회복이 뎌더 의사 선생님도 걱정을 많이 할 즈음
숙모가 결단을 하셨다..^^;;

뭔가 무속적인 행위를 하시고 내 머리카락을 조금 잘라가셨다..
그와 동시에 죽을 먹고는
더이상 토할것 같지 않고
더이상 숨쉬기가 고통스럽지 않다..

참..이상도 하지....

그리고 엄마와 숙모와 이모가 합심해서 싼 김밥에
식욕이 생겼다...

아! 얼마만에 느껴보는 식욕인가?
식구들 모두가 만세를 부르고
나...이제 나을려나 보다...

나..이제 살았나 보다..^^



3월 19일... 번개처럼 퇴원하다.

민간인 복장을 하고
한달 가까운 병원생활을 뒤로하고
드디어 퇴원이다!!!

실밥도 뽑고 날 괴롭히던 피주머니 호스도 빼고...
정든 간호사들과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많이 아픈 다른 환자들을 병원에 남겨두고....

그렇게 집에 와서 죽은 듯이 단잠을 잤다.

이제.....
다...끝난거야....



3월 20일... 내인생의 필로티

이일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지만
나는 이일에 내 의지대로 반응할 자유가 있다.
________________

퇴원하기 몇일 전...
몸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마음이 병이 든다.

왜 나에게 이런일이 일어난거지?

내 병이 걸릴 확률은 가임기 여성의 7%.
이 병으로 수술하는 사람들을 모집단으로 했을 때
합병증이 나타날 확률 1% 미만.
합병증이 나타난 사람을 모집단으로 했을 때
수술확률은 더 낮을 것이고.
합병증 수술한 사람을 모집단으로 했을 때
나처럼 확대되는 확률은 더욱 더 낮을 것이고.....

왜 나에게 이런일이 일어난거지?

어리둥절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든다..

아무도 없는 해질녘 병실에 멍하니 한참이고 앉아서
겨우겨우 생긴 기운으로 마음을 헤집고 절망에 뛰어든다..

한참이고 한참이고....

----------------

그때였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린다.
모자를 눌러 쓴 한 사람이 들어온다.

들어온 사람은 16년만에 만나는 언니의 스물 몇살 때의 남자친구...
내가 잘 따르던 사람이였다.

이 형은 당시 노동운동을 위해 포항제철로 투신을 했고
1년에 책을 200권 읽는 투사였다.

형이 많이 다쳤다는 얘기를 듣고
16년만에 언니가 전화를 걸어 안부를 주고받았단다.
그 사람이 성큼성큼들어온다.

-------------------

십수년 전 나는 대학에 떨어졌고
이때도 왜 나에게 이런일이? 라는 절망과 함께
후기대를 가느냐 재수를 하느냐 기로에 서있었다.

언니는 남자친구를 만나러 포항에 내려가고 싶었으나
먼 길로 망설이다가
고민하는 나를 위로할 겸 함께 포항엘 갔고

바닷바람과 맛있는 음식과 언니와 형의 풋풋한 사랑과
이 형의 따뜻함으로 내 상한 마음이 치유되었던
내 나이 열아홉... 그때의 내 형부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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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만에 16년전 여자친구의 동생 병문안을 갑자기
오고 싶은 마음이 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형은 마음아프게도
몇 개월전에 산재를 당하여 온몸에 3도 화상을 입고
고통으로 12번의 기절을 할 정도로
생사를 오가며 견뎌내고 있는 상황...

삶과 죽음.. 그리고 고통에 대해 얘기해주었다.
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열심히 살아야 하는 세상인지....

16년만에 16년전 여자친구의 동생 에게
왜 그런말을 하고 싶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절망에서 벗어났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라는 생각과 함께

하지만 아무도 모를것이다.
형의 아픔과 현재의 희망 사이에 견뎌내야만 했던
혼자만의 시간을...

---------------------

그리고 이제 남은 나의 시간...
나는 어떻게 이 자극들에 반응할 것인가?

나는 결심했다.

이 자극은 내 인생이란 건축물에
필로티(바람이 지나갈 수 있게 기둥만 있고 벽이 없는 1층 공간)로 반응할 것이라고...

앞으로 내 인생의 탑 저 밑에
고통도 바람으로 지나가고, 사랑도 바람으로 지나가고
집착도 바람으로 지나가고
젊음도 희망도 바람으로 지나가
여유롭고 텅비어 내려놓을 수 있는 안식으로
그렇게 그렇게 간직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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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과 반응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우리의 성장과 행복은 그 반응에 달려있다 -공지영의 소설 "즐거운 우리집" 중에서


3월 21일..필로티프로젝트 돌입

마음의 정리를 한다.
화장대 정리를 먼저 시작한다.
숨이 차고 기운이 없어 정리하다 자기를 반복..^^

정리하다 보니
세금고지서 하나도 찬찬히 보지 못했던
조급했던 내 생활이 훤히 보인다.

안방에 서재의 책상을 끌어다가
한쪽 구석 너른 창 옆에 공부공간을 만들었다.
공부와 잠을 병행하기 위해...

칠순을 훌쩍 넘긴 아부지가 침대도 옮겨주시고
책상도 옮겨주시고 각종 전선도 정리해주신다.
마음이 뭉클~

이제 여기서 앞으로의 2달간의 병가동안
많은 책을 읽고 일본어 공부도 하고 강의준비도 하고
턱괴고 생각도 하면서
내 마음의 조급함을 하나하나 비워나갈거다.

행복한 내 필로티를 조금씩 지어나갈거다..

아..두근두근










이재훈 (2008/03/31 00:20:44)

화이팅!!!^^
송정호 (2008/04/01 16:34:26)

다시금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
동진 (2008/04/02 23:15:06)

계약하시죠. 출판..
모우 (2008/04/08 01:54:39)

언니의 모습이 한눈에 그려지네요. 그래도 지금은 회복되어 좋아지고 다시금 뭔가 새로운 것에 몰두하고 있는 것 같아 좋아 보이네요. ^^
손병희 (2008/04/16 16:33:09)

이런 엄청난 일이 있었다니,,,
건강 빨리 추스리기 바란다. 현명하고 강하니까 잘해내리라 믿는다^^

   

1041   근황. 잘 지내고 있습니다. [2]  채남재 08/04/04 1442 
1040   동진입니다. [1]  박동진 08/04/02 1501 
1039   잠룡 물용(潛龍 勿用) [1]  이재훈 08/03/29 1570 
  윤경이 근황 [5]  92윤경 08/03/29 1476 
1037   주역 : 건(乾) 원(元)형(亨)리(利)정(貞) [1]  이재훈 08/03/25 1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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