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에 대한 글을 올리고 나니 우리가 많이 다루던 “파생금융 상품”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지만 어렴풋하게라도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자크 아탈리로부터 주워 들은 이야기와 저의 상상력을 보태어 지어낸 추측, 소설을 한 편 보여 드리려 합니다. 제가 굳이 이렇게 길게 서론을 까는 이유는 연암 박지원이 발칙한 소설 “허생전”으로 인해 정조의 노여움을 사고 문체반정의 목표가 되어 고생했을 때, 자신은 산골의 박영감(최영감인가 ㅋㅋ)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옮긴 것 뿐이라고 밝혀 위기를 넘겼던 것을 생각하며, 작금 진행되는 이명박 가카식 문체 반정과 그 장단에 춤을 추는 검찰의 인터넷에 괴담을 유포하는 자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서슬 퍼런 칼날에 희생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다시 한 번 밝혀 두거니와 나는 이 이야기= 소설의 많은 부분을 아탈리 영감님께 들었으며, 그 분의 이야기가 아닌 부분은 순전히 나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소설이자, 추측이며 상상임을 밝혀 둡니다.(작성의 편의를 위해 존칭이나 존대를 생략함을 이해하시길)
파생상품이 뭔고 하니. 내가 이해하는 범위로 쉽게 풀어 말하겠다. 내가 사는 게 어려워 어묵과 떡볶이를 파는 포장마차(이게 소위 말하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대상인 미국서민들의 “주택”)를 열었다.(나는 실제로 대학시절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서너 달 노점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장사 초기에 돈이 모자라 은행에서 돈을 빌려왔다. 그러자 은행은 나의 포장마차를 담보로 잡겠다고 한다. 당연히 낮은 신용등급 수준(서브프라임)인 나는 그 얘기에 찬성했다. 뭐 돈 벌어서 갚으면 되지. 그런데 나에게 돈을 빌려 준 은행은 내게 돈을 채권이 매우 불안전하다는 생각으로 내가 채무를 갚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지급 보증보험을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만들어 나의 채무에 부쳐 놓았다. 한 마디로 담보도 부실하고 경제력도 딸리는 나를 믿지 못하니 대신 지급을 보증할 보험을 들어라고 말한 것이다. 이게 소위 말하는 금융파생상품의 출발점이다. 이 보험은 내가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에 돈을 받지 못해 손해가 날 약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예금이나 대출보다는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야 한다. 높은 위험은 높은 수익을 낳는다인가. ㅋㅋㅋ
그런데 여기서 미국의 독특한 금융제도 중 하나인 증거금에 대해 설명한다. -거듭 밝혀 두거니와 나는 경제 분야에 매우 무지하기 때문에 내가 아는 상식선에서 소설을 쓰는 것이다.- 내가 은행에서 빌리고자 하는 금액의 10% 정도만 예치하면 그 10배에 해당하는 대출금을 빌려주는 것이 증거금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먼저 지적한다. 다시 말해 난 천 만원 통장에 넣고 1억 대출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풍부해진 유동성이 금융시장에 떠돌아 다니다 문득 더 높은 수익률에 목마르게 되는데 그 때 눈에 띈 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바탕으로 한 파생상품이다. 사실 이 파생상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비해 더 큰 위험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증가된 위험을 회피할 수단이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다시 파생상품인 지급보증 보험에 대한 보험을 파생상품으로 만들어 낸다. 이걸로 부풀어진 금융자산 잔고로 은행에서 다시 대출을 받고 이렇게 확보된 자금으로 한 단계 더 높은 위험을 지닌 지급 보증용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뻥튀기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이렇게 되면 기껏 몇 백만원 짜리 포장마차를 담보로 내게 빌려 준 은행의 대출(미국 서민들의 그리 비싸지 않은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인 서브 프라임 모기지)은 어느 새 한 나라의 은행 전체에 퍼진 거대 금융상품이자 자산으로 확대 재생산 되는 것이다. 마치 잭의 요술콩이랄가.
그러나 미국의 투자은행은 이 정도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미국 내의 은행과 펀드, 각종 금융기관, 심지어 정부기관까지 이런 파생상품 투자에 열을 올리던 시점이 지나자, 이제 더 넓은 시장과 먹잇감에 눈을 돌렸다. 세계는 넓고 털어먹을 인간도 많으니까 ㅎㅎㅎ. 그래서 이 마법같은 상품을 런던이나 아이슬란드 등을 통해 유럽으로 수출했고, 이 달콤한 독사과인 파생상품의 맛을 알게 된 유럽의 각종 금융기관과 펀드들은 앞 다투어 고수익의 꿈에 환호하며 미친 듯이 이런 종류의 상품들을 사 들인다. 이제 나의 떡볶이 어묵 포장마차는 이윤 창출의 뻥튀기 슬롯머신을 타고 전 세계적,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대된 것이다. 정말 너무난 화끈하고 달콤한 “we are the world”가 아닐 수 없다. 전 지구적 금융 폭탄 돌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물론 내가 은행대출을 충실히 갚는 동안은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가 악화되고 장사가 안 되면서 나는 대출금을 갚을 도리가 없게 되었다. 미국 서민들의 상황도 비슷했겠지. 그래서 은행가서 대출을 더 받으려고 했더니 은행이 말한다. “잠깐만 돈 있나 보고.”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장부상으로 그렇게 엄청난 자산을 자랑하던 파생금융상품이 실제로는 얼마 안 되는 대출금에서 출발했기에 은행금고에는 진짜 돈이 모자라거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은행 대출이 불가능해진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자, 연쇄적으로 보증을 섰던 파생상품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금융기관들은 그깟 서민들의 파산이나 주거용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는 일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한 마디로 “내 코가 석자”인 셈이니 말이다. 이 와중에 진짜로 코가 빠진 회사가 바로 그 유명한 “리만 브라더스”이다. 이런 금융권 전체의 유동성 위기가 미국에서 유럽으로 전 세계로 확대된 결과가 바로 바로 2008년 금융위기이다.
다시 말하자면 투자은행의 탐욕과 이윤창출 이외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타락이 전 세계적 차원의 위기를 가져왔다 하겠다. 거기엔 물론 이런 파생상품으로 돈을 벌겠다고 열심히 화약을 쌓는 일을 도왔던 우리 모두의 탐욕도 더해져 있지만. 이런 위기를 지켜 볼 수 없었던 미국과 유럽, 세계 각국의 정부는 긴급히 통화 팽창을 결정해 은행파산을 막고 유동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취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런 통화 팽창과 국가 부채의 증가는 다시 국가의 신용도를 악화 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 결과 미국은 국가부채를 14경에서 16경-“경”은 10의 16제곱이며, 우리가 흔히 쓰는 “조”(= 10의 12제곱)의 일만 배에 해당하는 수-은 정도로 확대시키는 결정을 최근에 해야 할 정도로 급격히 국가 부채가 증가하고, 이런 재정압박은 공공부문에 대한 지출이나 복지 예산의 삭감을 불가피하게 강요하게 된다. 이로 인해 공공기관의 파산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물론, 공공부문의 고용 감소로 인한 실업률 증가, 서민경제의 어려움 가중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지금의 위기와 사회적 고통을 야기한 금융자본에 대한 분노는 마침내 미국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구호와 함께 반자본주의, 정확히 말하면 타락한 초국적 금융자본에 대항하는 운동이 불타오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가 초국적 금융자본에 대한 전 인류의 공분을 잘 드러내 주고 있는 것이 요즘의 상황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전 지구 차원의 반자본주의적 저항이 내가 이 소설의 많은 부분을 주워 들은 아탈리 영감님의 책 “미래의 물결”에 나온다는 점이다. 하이퍼 제국주의의 등장과 그의 극복을 위해 등장하는 하이퍼 민주주의 전 세계적 확산은 지금 전 지구적 차원의 하이퍼 미디어인 인터넷과 SNS를 통해 진행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제야 우리는 근대를 극복하기 시작한 것일가? ㅋ)
글을 쓰다 보니 어느덧 파생상품 애기에서 금융위기 전반을 정리하는 소설이 되고 말았다.
거듭 말하거니와 이 내용의 많은 부분은 아탈리 영감님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것이며, 그 나머지 근거없는 이야기들은 나의 상상과 무지가 빚어낸 추측이며 소설임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 이명박 가카와 엄정하신 검찰은 오해 없으시길 간절히 바란다.
제가 오류를 범한 부분은 서슴없이 지적하시고 비판하시어 고쳐 주시길 기다립니다. 모자란 글 너무 길게 써 죄송합니다.
염정일 (2011/11/22 18:31:04)
아랍역사학자 아메테 베넹헬리의 "돈키호테 데 라만차 이야기"를 스페인어로 번역해 그걸 소재로 돈키호테의 모험 이야기를 썼다는 세르반테스...
작가의 실종... 같은 맥락...
태일이 형을 종교재판에 회부하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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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에 대한 어이없는 소설 한 편._bleen/images/i_list.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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