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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5 00:54:45)
이재훈
추천시인 : 심보선 식후에 이별하다

식후에 이별하다


                                       심보선(슬픔이 없는 십오초 2008)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했으니
이제 이별이다 그대여
고요한 풍경이 싫어졌다
아무리 휘저어도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를테면 수저 자국이 서서히 사라지는 흰죽 같은 것
그런 것들은 도무지 재미가 없다

거리는 식당 메뉴가 펼쳐졌다 접히듯 간결하게 낮밤을 바꾼다
나는 저기 번져오는 어둠 속으로 사라질테니
그대는 남아 있는 환함 쪽으로 등 돌리고
열까지 세라
열까지 세고 뒤돌아보면
나를 집어 삼킨 어둠의 잇몸
그대 유순한 광대뼈에 물컹 만져지리라

착한 그대여
내가 그대 심장을 정확히 겨누어 쏜 총알을
잘 익은 밥알로 잘도 받아먹는 그대여
선한 천성(天性)의 소리가 있다면
그것은 이를테면
내가 죽 한 그룻 뚝딱 비울 때까지 나늘 바라보며
그대가 속으로 천천히 열까지 세는 소리
안 들려도 잘 들리는 소리
기어이 들리고야 마는 소리
단단한 이마를 뚫고 맘속의 독한 죽을 휘젓는 소리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먹다 만 흰죽이 밥이 되고 밥은 도로 쌀이 되어
하루하루가 풍년인데
일 년 내내 허기 가시지 않는
이상한 나라에 이상한 기근 같은 것이다
우리의 오랜 기담(奇談)은 이제 여기서 끝이 난다

착한 그대여
착한 그대여
아직도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열을 셀 때까지 기어이 환한가
천 만 억을 세어도 나의 페허는 빛나지 않는데
그 질퍽한 어둠의 죽을 게워낼 줄 모르는데













- 감상 -


이 시인이 말하는 고요한 풍경은 정말 고요한 풍경이 아니고
이 시인이 말하는 어둠이 정말 어둠은 아니고
그대가 남아 있는 환함은 정말 환함이 아니고
선한 天性 착한 그대는 정말 착한 것이 아닌 것으로 들립니다.

세상에 길들여진 착함

번져오는 어둠을 무시하고 있으면
남아 있는 환함도 언제까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환함쪽에 있는 사람한테는
어둠속에 있는 사람은 이해가 안되고
그러기에
착한 천성의 그대는
심장에 총을 쏘고 있는데도 웃으며 먹고 있겠죠.

이 시인은 이 시를 끝으로 연재를 끝내려고 합니다.
확실히 문학과 지성 출판사의 시집이라 그런지
시가 난해하고
시어가 변화무쌍하다고나 할까
무협지 영운문에 비유하면 황약사의 변화무쌍하고 현란한
낙화장하고 비슷한 것 같습니다.
시대에 대해 비판적이고 냉소적이고 허무하고 무력하고
괴팍하고 위선자를 싫어하고...
그에 비해 박노해 시는 곽정의 강룡18장같이 느껴지네요.
초식은 단순해서 뻔한 이야기같지만 오랜 시간
하나를 향해 깊게 수련해 묵직한 내공이 있는
알면서도 맞으면 많이 아픈 계속 읽어도 아픈

이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시를 잘 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강물은 무수한 물결을 제 몸에 가지각색의 문신처럼
새겼다 지우며 바다로 흘러가네"라는 글을 보면서
거의 매일 강을 보는 저로서는 "야~ 잘표현했네 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하지만 이 시인의 시를 읽고서
감동이 느껴진다기 보다는 왠지 인생의 유쾌하지 않은
동의하고 싶지 않은 그러나 사실인 것 같은 그런 것을 잘 집어낸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슬픔이 없는 십오초"의 마지막 시 제목이
"나는 발자국을 짓밟으며 미래로 간다"인데
저한테는 이 제목과 이 시의 담겨진 내용이 앞의 시의 모든 내용을
짓밟으며 가겠다라고 들렸고
이 사람에게 추억이란 짓밟으며 가야할 그런 성격같이 보였습니다.
동감하고 싶지 않지만 저한테도 추억은 그런 어두운면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인은 04학번 정지문 후배가 소개해준 시인입니다.
지금은 유행이 조금 지났는데 몇 년전에 인기가 있었던
시인이었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제가 아는 시인은 90년대에서 정지되어 있고
그마저도 몇 분 안되서 한계가 많이 있다보니^^;
후배에게 소개를 부탁했었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시세계를 접해봐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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