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7-05-13 19:54:24)

이재훈

92 송정호 - 소금구이

소금구이

92 송정호(청춘을 새기는 시간)

수산시장엔 새우가 바다를 짊어지고 있었다
장사꾼들의 짭짭한 흥정 소리가 밤을 열었고
퇴근한 발목들은 밀물이 되었다
깃을 세운 비린내들
싱싱한 갯벌을 퍼 담아 장터 가득 풀어 놓았다
깃 쳐진 발목들이 개흙 깊이 깊이 들어갔다

새우는 기다란 더듬이로
저무는 수평선을 끌어다 몸을 숨겼다
썰물은 언제나 빈속으로 돌아갔다
잠 못 이루며 출렁이던 홍등(紅燈)이
후덕하게 천일염을 퍼 주면
새우의 허리로 거친 파도가 덮쳤다
새우보다 더 많은 소금이 톡톡 튈 때마다
착실히 따라온 바다가 붉게 익었다

낮 동안 단단했던 삶이 한 꺼풀씩 벗겨질 때
그 알몸 지키자고 웅그린 허리, 곱사등이가 되었다
초승달이 되어 하늘에 드러누웠다

해일 같던 시간이 바다를 태웠다
바다는 울지 않았다
장터에 몸 풀었던 발목들
거죽만 남은 새우의 허리를 꼿꼿이 펴서 바다로 갔다
그리고
어느새 딱딱한 새벽을 걷고 있었다.


135	숨은벽	이재훈	13/09/17	1668

134	3월31일까지 휴식 [2]	이재훈	12/03/24	1665

133	윤동주 - 눈감고 간다	이재훈	13/11/28	1656

	92 송정호 - 소금구이	이재훈	17/05/13	1651

131	씨앗불	이재훈	13/06/24	1651

130	연 날리기	이재훈	12/04/02	1630

129	주인님이 다녀가셨다 [1]	이재훈	12/05/27	1629

128	00 신승원 - 효모	이재훈	17/08/01	1627

127	09 고기태 - 황혼	이재훈	17/05/27	1621

126	김태형 - 다리가 하나 부러진 의자	이재훈	19/10/19	1618

125	삼천사계곡	이재훈	13/07/07	1615

124	09 송제하 - 타짜파게티	이재훈	17/05/18	1612

123	국정원 선거개입 책임자 처벌 촉구 촛불문화제 7월 27일(토) 8시 서울광장	이재훈	13/07/24	1611

122	02 윤나연 - 빨강 머리	이재훈	17/06/20	1610

121	박노해 - 감자꽃	이재훈	14/06/15	1604

120	불혹(不惑)	이재훈	13/06/07	1595

119	17 오지현 - 보라를 꿈꾸다	이재훈	17/11/29	1590

118	92 이윤경 - 내 바다에 서면	이재훈	17/05/26	1583

117	북한산성	이재훈	13/07/20	1579

116	04 정지문 - 곰팡이 꽃	이재훈	17/07/31	1578


[1]..[11][12][13] 14 [15][16][17][18][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