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을 지나며 조치원*을 읽는다
뉴욕의 천장을 두드리던 빗소리*는
오는 내내 기차의 창유리를 흔들었다
일찍이 조치원과 햇볕의 긴밀한 관계를 고찰한
논문을 한 편 참고해보면
조치원에 오기까지 젖어 있던 어깨가
왜 들썩이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조치원쯤에 오면 누구나
이제는 어느 정도 서울을 벗어났으리라고 생각한다
한 때 새들을 날려보냈던 기억의 가지들은*
조치원의 갑작스런 햇볕에 말라
그 온기로 타들어가는 꽃을 피웠다
사막 같은 조치원,
물론 이 우기와 건기를 이어주는 계절을 위하여
어느 누구도 손을 흔드는 사람은 없다*
다만, 조치원만은 알고 있다
조치원은 서울을 빠져 나가기 위한 곳이며
조치원의 햇볕은 우기에서 건기를 지나는
망각의 살균표백제라고,
기억의 잔가지들조차
돌아오는 계절을 준비하기 위해 떠난 새들 때문에
더 이상 쓸쓸해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누구나 조치원을 지나갈 때
겨울을 준비하기 위한 외투 하나쯤을 갖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잠깐 동안 슬픔을 잊게 해준
조치원에게 묻는다
기억의 어느 한 때에 있는 넌
어느 도시, 어느 계절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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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형도의 조치원이란 시를 읽으며
조치원을 지날 때의 경험을 되살리며 시를 썼다.
* 표시된 부분은 기형도의 조치원을 인용했거나 변형한 부분이며
이상은의 "뉴욕에서"를 들으며 이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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