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과 점 사이에는 수많은 점들이 있고 점과 점을 잇는 선은 수많은 점
점 점 점들로 되어 있는데
별과 별 사이에는 텅 빈 공간만이 가득하다
마르스와 비너스로 불리는 화성과 금성은
다른 별과 달리 유난히 남자 별 여자 별로 상징되는데
화성과 금성 사이에 지구란 별이 있다
지구란 놈을 어느 날 날려벼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순전히 태양계의 할아버지뻘인 은하계의 농담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지구란 놈은 금성과 화성을 질투했다
아니 질투라기보다는 태양계의 얽히고설킨 관계들 때문에 엮인
땅덩어리 별로서의 자존심 때문인 것이다
지구는 목성을 좋아했고 목성과 지구 사이에 낀 화성이란 놈을 그래서
싫어했던 것이다
사랑의 방해물 화성이란 놈의 마음에 염장을 지를 목적으로
금성과 화성의 사이를 가로막고
목성은 싫어하는 토성 옆에 놓이게 된 것이다
토성과 천왕성도 그닥 사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천왕성은 비스듬히 기울어서 태양바라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수성과 혜왕성은 저주받은 운명인지 제일 먼 거리에 놓여 있게 되었다
모두가 다 은하계의 농담에서 시작되었다
태양계애눈 모두 여덟 개의 별들이 있었는데
지구란 별은 태양과 특별한 관계인지라 일곱 개의 날을 가질 수 있었다
별과 별의 거리에는 무한의 공간이 들어와 있어서
별들은 늘 외로웠고
별들은 스스로 길을 만들어갔다
별들은 서로 외로움에 지쳐 빙그르 돌다가 스스로가 만들 길에 빠져
별의 거리란 도시를 만들었고
별들이 만든 거리는 별과 별들이 서로 그리워하는 도시가 되었다
지구란 놈을 치워버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순전히
은하계 농담에서 시작되었고
태양이 가까워지면 별들은 서로의 길에 멈춰 서 있었다
별의 거리는 무한 공간이 아닌 게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별의 기억이었다
별과 별 사이에는 기억을 저장하는 탱크 같은 것, 위성이라는 것이 달려
있었는데
이 위성은 달나라라고 불렸다
별과 별은 서로 사랑을 할 수 없어 체념한 채 달을 바라보며 살아갔다
잠시 달나라에 갔던 별의 사람은 달나라에서
억 만 광년 동안 잠을 잔 채
별 사이의 거리를 잊어버렸다
분명히 별과 별의 거리보다는
별과 달의 거리가 가까웠고
조금 덜 외로웠다
조금 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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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김모우(자영) - 별의 거리/images/i_list.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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