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들의 야식을 사고
종종 걸음 돌아오는 길엔
꼭 내가 가진 추억의 높이만큼
늘어서 있는 담벼락이 동행한다
내 겁많은 낭만은
꽤 그 길을 좋아하기에
어김없이 담벼락 길로 걸음을 보채고,
꼭 그맘때쯤 밤의 별빛은
그리운 이들의 기억처럼
짓무르다. 그 괴로움이 그랬던 것처럼
그 외로움에 물려서
그 미지근한 추억을 자꾸 킬 때처럼
갈증의 울림을 반짝인다
별들과 나, 군용담배의 삼엄한 연기 몇몇,
그리고 담벼락은
胃가 슬슬 먹을 것을 요구하기 시작하는
이십이시이십분에 밤에
촘촘히 박혀있다
그리고 그들은,
맨발에 운동화 구겨신고
어디론가, 그 누구로부터
연인의 포옹을 계획하고 달리는
열정적인 사내처럼
달려가는
담벼락의 사나이에 대해 궁금했을터이다
그 사나이의 낭만에 대해
그의 여가생화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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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나영주 - 담벼락의 사나이/images/i_list.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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