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5-02-09 23:41:57)

이재훈

87 김태일 - "나는 어느 곳에서나 깨어 있고 싶다."

"나는 어느 곳에서나 깨어 있고 싶다."

87 김태일

생존의 곳간을 채워야 하는 나의
죽어버린 시간의 이어짐과 이어짐이여.

누군가 모자란 잠을 청하고
생활의 모된 매질에 늘어진 몸뚱이를
추스르느라 반쯤 정신을 잃고
지나가는 모래들로 삶은 점점 쌓여간다.

연명장치의 도움으로 겨우 숨 쉬고 있는 나의 삶에
기나긴 코마 상태에서 기적처럼
잠시 살아 움직이는 손가락 끝의 미동만큼의.
하루살이 날개짓에도 흔들릴 만큼의
힘을 차려 간신히 몇 자 끄적이고
나는 다시 살았으나 죽음 보다 더 깊은
수면의 시간을 살아낸다.
그 짧은 제 정신의 순간에 적은 한 줄의 짧은 글.

"나는 어느 곳에서나 깨어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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