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2-10-17 07:45:59)

이재훈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

류시화(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나에게 부족한 것은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였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한쪽으로 비켜서 있는 이들
봄의 앞다툼 속
먼발치에 피어 있는 무명초
하루나 이틀 나타났다 사라지는 덩굴별꽃
중심에 있는 것들을 위해서는 많은 눈물 흘리면서도
비켜선 것들을 위해서는 눈물 흘리지 않았다
산 자들의 행렬에 뒤로 물러선 혼들
까만 씨앗 몇 개 손에 쥔 채 저만치 떨어져 핀 산나리처럼
마음 한켠에 비켜서 있는 이들
곁눈질로라도 바라보아야 할 것은
비켜선 무늬들의 아름다움이었는데
일등성 별들 저 멀리 눈물겹게 반짝이고 있는 삼등성 별들이었는데
절벽 끝 홀로 핀 섬쑥부쟁이처럼
조금은 세상으로부터 물러나야 저녁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아, 나는 알지 못했다
나의 증명을 위해
수많은 비켜선 존재들이 필요했다는 것을
언젠가 그들과 자리바꿈할 날이 오리라는 것을
한쪽으로 비켜서기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비켜선 세월만큼이나
많은 것들이 내 생을 비켜 갔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였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잠깐 빛났다
모습을 감추는 것들에 대한 예의였다


235	윤동주 - 눈감고 간다	이재훈	13/11/28	1651

234	13 조성한 - 동글동글	이재훈	13/12/02	1959

233	길 [1]	이재훈	12/09/20	1837

232	2013년	이재훈	13/11/26	1749

231	국정원 선거개입 책임자 처벌 촉구 촛불문화제 7월 27일(토) 8시 서울광장	이재훈	13/07/24	1604

230	보수적 성향 '천주교 대구 대교구', 8월14일 사상 첫 시국선언 예정	이재훈	13/08/12	1553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	이재훈	12/10/17	1749

228	달	이재훈	13/01/19	1742

227	부처	이재훈	12/10/19	2134

226	발바닥 사랑	이재훈	12/11/01	1940

225	기울음	이재훈	12/11/02	1933

224	대학로	이재훈	13/06/28	1546

223	보현봉	이재훈	13/06/28	1736

222	삼천사계곡	이재훈	13/07/07	1610

221	문수봉	이재훈	13/07/09	1484

220	북한산성	이재훈	13/07/20	1572

219	가슴을 열어보니	이재훈	12/11/05	4448

218	내 이름은 문학의 밤	이재훈	12/11/08	2219

217	삼악산 [1]	이재훈	13/04/07	2083

216	효창공원을 통곡함	이재훈	13/09/28	2376


[1][2][3][4][5][6][7][8] 9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