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즐기려고 간다는 재훈이의 말에. 굳이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좋다는 그 말에 문득 금강산 비로봉 상상두에 오르지 못한 송강 정철의 말이 생각납니다. 관동별곡 중 일부분이죠.
비로봉 꼭대기에 올라가 본 사람이 그가 누구인가?
동산, 태산의 어느 것이 높던가?
노나라 좁은 줄도 우리는 모르거늘, 넓거나 넓은 천하를 어찌해서 작다고 했는가?
아아, 저 경지를 어이하면 알 것인가?
오르지 못하거니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여러분의 해석의 편의를 위해 현대 한국어로 옮긴 걸 싣습니다.
여기에 바탕이 되는 고사가 있는데 공자께서 노나라의 최고봉인 동산에서 올라서 노나라가 좁은 줄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으며, 중국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알려진 혹은 당시 사람들이 믿었던 태산에 오르시고는 "천하가(당시에는 중국이 천하였으니) 좁구나" 라고 감탄을 하셨답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끝없는 수양과 정진을 통해 높은 정신적 경지에 오르게 되면 새로운 마음의 눈이 열려서 세상 전체를 한 눈에 내려다 보고 관망할 호연지기(浩然之氣)- 이건 가카의 재테크 호연지기와는 전혀 무관한 것임-라고 부르는 인격의 이상적 기상을 체득하게 된다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송강은 그런 고귀한 공자의 호연지기를 어찌하면 알겠는가라고 탄식하고 있다. 성인인 공자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다면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것(내려가는 것)은 어떠할지라고 자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글터 등산에서 이런 높은 경지를 얻는 휴식이나 정상에 오르지 않는 욕심을 배울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조금이라도 우리의 작은 그릇이 호연지기라 칭하는 그 높은 경지에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나를 포함한 배불뚝이 회원들과 다음 산행을 준비한다.
군말 하나- 사실 금강산의 제일봉인 비로봉에 송강 정철이 오르지 못한 이유는 당시 양반들이 산행을 할 때 가마를 타고 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힘이 좋은 가마꾼도 가마 메고 비로봉에 오르지는 못할 터이니 말입니다. 명산 밑에 사는 백성들은 관리들이나 권력자들의 행차에 동원되어 가마꾼으로 죽을 고생을 한 모양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정약용 선생님의 한시 "영하촌(고개 아랫마을)"에 보면 그 슬픈 참상이 잘 나와 있던 걸로 압니다. 다 쓰고 나니 입맛이 좀 쓰군요....
/images/view.gif)
/images/w_name.gif)
/images/w_subject.gif)
[re] 6차 형제봉 산행 후기/images/i_list.gif)
/images/search.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