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펴 보니, 엄청난 비문과 오타 투성이의 글이다. 부끄럽다. 다시 수정해서 올리지만, 쪽팔린다. 이 글을 읽었던 사람들에게 미안핟.
>“꿈”과 진짓 것 사이의 세계로의 기나긴 여행
>- 김훈 “화장”에 덧붙이는 몇 마디 객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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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莊周)가 꿈에 나비 되었다가 나비가 장주 되니 어니 거짓 것이요 어니 진짓 것인 줄 분변치 못하나니, 어제 성진과 소유가 어니 진짓 꿈이요 어니는 꿈이 아니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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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김만중의 구운몽에서 성진의(아니, 양소유라고 해야 하나? ) 각몽의 과정에서 육관대사(인도에서 온 스님, 성진의 스승)가 성진(혹은 양소유)에게 하는 말이다. 김훈의 “화장”에 대한 글을 쓰겠다더니 웬 이런 엉뚱한 망발인가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위에 나온 육관대사의 이 멋진 뻐꾸기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불교적 진리인 “색즉시공 공즉시색”이 담겨 있다냐 뭐라나. 근데, 이게 왜 김훈의 “화장”과 관련이 되는지 묻는다면 사실 나도 별로 할 말은 없지만 그냥 웬지 관련 있을 것 같아 한 번 써본다. 이제부터 한 번 그 사설을 들어 보셔.
>헛것과 진짓 것, 삶과 죽음......
>가만히 들어다 보면 우리의 삶은 항상 이런 것들로 채워져 있거나 이런 것들 사이를 오가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삶이 아닐까 생각 할 때가 많거든.
>이 소설에서 화장품 회사 상무인 ‘나’의 마누라가 죽었는데, ‘나’는 그 죽음을 마무리 짓는 장례 절차를 소설로 쓴 것 같아.
>죽음이 뭐냐? 이렇게 물으면 미친 놈이라고 욕할지 모르지만, 난 이 소설이 “너무나 막연한(막연했던) 죽음의 정체”를 밝혀낸 소설이라 믿는다.
>그건 죽음이란 "거짓 것". 이 글에서는 정확히 말해 비물질적(非物質的)인 것, 육체로 표현 될 수 없는 세계로 떠나 버리는 것을 죽음으로 정의하는 것이다. 육관대사의 말에서 “진짓 것”은 물론 모든 속박을 버린 해탈의 정신적 경지를 지칭하는 말이며, 사실 불교에서 말하는 색과 공 중에서 해탈은 공의 세계에 좀 더 근접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 하지만, 이 소설에서 김훈은 이 “진짓 것”과 “거짓 것”의 관련성을 역전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죽음이라는 현상을 "거짓 것"이 되어 버리는 일, 어디까지나 허무와 공허 속으로 빠져 드는 일,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세계로 떠나 버리는 일로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아내의 죽음을 통보받고 가장 먼저 느낀 바 사실 이걸 “느낀 바”라고 해야 할지 “아픈 바”라고 해야 할지 정말 막연하긴 했지만, 어쨌든 좀 더 정리해 보자면 보통 마음이 아프면 “느낀 바”가 될 것이고, 육체가 고통을 느끼면 “아픈 바”가 될 것이니,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적당한 것으로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아내의 죽음을 통보받는 순간 "나"가 느낀 것(혹은 아픈 것)은 자신의 방광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는 자각과 배설욕구였다. 이 장면에서 나는 이 소설이 얼마나 물질적이며, 유물론적인 소설인가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의 아내가, 30여년을 함께 한 아내가 절명한 그 순간 다가오는 애절한 슬픔과 애끊는 아픔은 어디 가고 갑작스러운 전립선염으로 인한 배뇨 곤란과 그에 따른 통증이라는 어찌나 의학 전문 용어적이고 하드 보일드한 대사가 거대하게 전면을 채우는지.....
>이 소설의 시작이 이러할진대 그 나머지는 일러 무삼하리오.
>이 글에서는 헛것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한 한 사나이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듯하다. 아내의 절명 순간에도 새벽은 오고 사람들은 밥 처먹고, 똥 싸고, 넥타이 매고, 향수 뿌리고 부지런히 지하철로, 버스로, 혹은 꽉 막힌 도로 위의 통조림 같은 자가용 속에서 투덜거리며 출근 할 것이고, 아내가 죽었든 말든 세상은 여전히 사소한 차선시비로 아침부터 얼굴 붉히며 싸울 것이고, 멱살잡이에 죽니 사니 할 것이며, 정체구간을 “한국 도로공사” 보다 더 잘아는 샌드위치, 뻥튀기 아줌마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조용한 살인자처럼 은박지와 뻥튀기를 번갈아 들고 차에 탄 채 그 개싸움을 구경하는 우리에게 권할 것이다.
>누가 죽어도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간다. ‘나’가 아내의 죽음의 과정을 섭취와 배설이라는 두 개의 테마로 구별했듯 이 세상은 처먹고 싸고 털털거리며 돌아갈 것이다. 거대한 물질적 순환, 이것이야 마로 우리 삶의 궤적이 아닐까? 이건 마치 아내의 죽음을 통보 받는 이 글의 시작과 아내의 화장을 마친 뒤 그 흰 뼛가루들은 기억 저편으로 떠나는 보내는 일이 끝나자마자 ‘나’가 또다른 죽음을 준비하고 그 장례를 결행한 것처럼, "나'의 진정한 사랑을, 아내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애타게 찾던 진돗개를, 이별로, 죽음으로 몰아간다 . 좀 더 자세히 말한다면, 나는 아내의 죽음 후 ”추은주“라는 내가 실감하고 훔쳐보고 목말라 할 수 있었던 사랑을 떠나 보내는(정확히 말해 추은주의 퇴직 절차를 마무리 짓는 것이긴 하지만) 장례의식을, 또, 인간의 환생하길 기원한 보리라는 이름의 진돗개의 안락사를 집행한다. 하지만 역시 삶도 그 와중에 진행된다. 올해 여름 화장품 광고 컨셉은 결정되고, 이 모든 것과 연관된 사람들의 밥벌이가 또 시작되고, 이렇듯 죽음은 또다른 죽음으로, 삶은 또다른 삶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 너무나 완벽한 순환이며 되돌이표다.
>위에서 이미 한 말이지만 이 소설은 아주 물질적이며, 유물론적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소설적 장치는 이게 아니다. 먼저 이 소설은 우리가 늘 막연하게 여기는 것들, 정신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심리적인 것으로 여겨 오던 것들, 예를 들어 죽음, 그에 관련된 뇌의 종양, 가족의 고통에서 느끼는 슬픔, 사랑, 혈육, 심지어 자신의 아내가 2년여 동안 비참한 죽어가는 과정까지도 아주 물질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반면, 우리가 삶의 너무도 확실한 증거로 여기고 믿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 너무 뚜렷해서 반문하는 것조차 어리석었던 일들, 예를 들어 회사의 영업실적의 변동, 화장품업계의 마진율과 대금 미수율, 지방 도매상들의 마진율 재고 요청, 그들과의 접대, 회사의 단기 유동성 악화, 회사의 사활이 걸린 듯한 신상품 광고컨셉과 그 결정과정, 중요하고 다급한 사장의 전화 등등의 물질적이며 지극히 현실적인 일들에 대해서는 마치 어떤 연극처럼, 영화처럼 뿌옇고 어색하며, 마치 사하라 사막의 그 막연한 신기루처럼 아주 애매하게 그려내고 있다.
>왜 이렇게 글의 구조를 잡았는지 김훈에게 물어 보아야 할 일이지만, 우리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많은 숫자와 광고와 뉴스와 TV들을, 하나의 허상이자 이미지인 그것들을 너무나 믿고 살아 온 것은 아닐까에 대한 질문이라는 것 정도는 짐작 할 수 있었다. 전쟁은 언제나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불타고 경제공황과 실업과 기아는 버려진 아이들과 노숙자와 장구배에 말라빠진 팔들을 지닌 아이들의 영상으로 대체된다. 그래서, 우리는 늘 삶의, 혹은 죽음의 핵심에 다가가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바닥에선 알맹이보다 껍데기가 더 못할 것도 없다, 아니, 껍데기가 더 중요할 때도 있다”는 "나"의 말이 우리의 삶의 모습을, 헛것, 거짓 것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에 진짜 울트라 마린블루(그냥 마린블루였나?) 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의 이미지만이 헛것만이 존재할 뿐이다, 사람들은 이미지에 열광하고 이미지를 사기위해 막대한 돈을 지불한다. 또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 화장품 회사들은 대박 돈을 번다. 우리는 또다른 매트릭스, “거짓 것”의 세계에서 “양소유”처럼 팔선녀 옆에 끼고 호화찬란한 삶을 누리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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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우리는 정말 우리가 사랑하고 아껴야 할 것들(온통 몸으로 , 내 몸의 맥박과 호흡, 땀방울, 오줌으로 느끼고 부딪히고 할 너무나 물질적인 것들 )의 사라짐, 소멸, 떠남에는 속수무책으로 방관할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이 진짜(진짜라는 말도 너무 많이 쓰니 식상함.) 아니, 진짓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지킬 수도 유지할 수도 없는 우리의 이 무기력함에 한없는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라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나의 아내, 나의 어머니, 그들의 소멸과 죽음을 지켜 볼 수밖에 없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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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아니, 알겠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랑하는 이를 맘껏 껴안아 주자. 그 입술을 힘차게 빨아주자.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열심히 성관계도 가져 봄직하다. 사랑은 말이다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몸으로, 체액과 오줌과 털 끝 하나하나로 느끼는 거다. 죽으면 그 밖엔 아무것도 없다.
>“화장” 후에 뭐가 남았는지. 나는 모른다. 아무것도 남지 않을 듯 하다는 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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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산다는 것. 죽는다는것. 진짓 것과 거짓것(헛것)사이를 끝없이 방황하는 것. 진진 것, 몸이 느끼는 진짓 것이었다가 기억 속에만 남는 헛것이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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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언부언한 글을 다 지울까 하다가. 합평회에 참석하기 어려운 사정을 이 너저분한 글로 대신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 생각을 지운다. 스님들이 절을 찾는 손님들과 술을 나누며, 술이라는 말은 못하니까, “승소(僧笑)”라고 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안주란 말 쓸 수 없으니 손님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는 뜻에서 “객담(客談)”이라 안주를 부른다는 데 , 내 이 허섭한 글이 객담 수준이라도 될지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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