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동을 새벽 4시에 출발하여 하동바위 4:30분 도착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헤드랜턴 빛에만 의지한 채 감각적인 산행을 했다.
하동바위를 지나 참샘에 도착(새벽 5시)하여 물 한 바가지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소지봉(해발1312m)을 지나 망바위(해발 1460m)로 향했다.
망바위에 올라서자 지리산의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천왕봉까지는 아직도 3Km가 넘게 남아 있고, 종착점인 노고단까지는 이곳으로부터 30여Km가 더 남아 있다.
망바위를 지나 장터목 대피소(해발 1653m)에 도착한 시간이 6:35분
장터목은 경남 산청군과 함양군 사람들이 서로 물건을 교환하기 위해 장을 열었다는 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옛날 사람들은 이 높은 곳에서 어떻게 장을 열고 물물교환을 하였을까? 또한 장터목은 중산리 지점과 겹치는 곳이기도 하다.
장터목 대피소를 지나 제석봉(1808m) 고사목 지대에서 개폼을 잡고 한 컷 찍었다.
지리산을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제석봉 고사목 지대는 그야말로 절경이다.
하지만 원래 제석봉 고사목 지대는 도벌의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제석봉을 지나면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 뜻의 통천문(1814m)이 나온다.
이곳을 통과하면 남한 대륙의 최고봉인 천왕봉이 한눈에 들어오며
지리산 백두대간의 웅장함을 만끽할 수 있다. 그야말로 장관 그 자체이다.
백무동을 출발한 지 3시간 50분만에 천왕봉(1915m)에 올라섰다.
'한국인의 기상 이곳에서 발원하다'라는 표지석이 반갑기만 하다.
천왕봉 일출은 3대가 줄곧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남한 대륙의 최고봉답게 그 산세가 장엄하고 웅대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곳 천왕봉 비석부터 노고단고개까지의 능선 종주 거리가 25.5Km이다.
자~~ 이제부터 노고단까지의 능선 종주의 시작이다. 아자! 아자! 가자~!!
천왕봉에서 간단히 배고픔을 해결하고, 다시
통천문 ---> 제석봉 ---> 장터목 산장을 지나 연하봉(1730m)에 도달하였다.
위 사진 뒤에 보이는 곳이 연하봉이다.
연하봉을 지나 삼신봉을 찍고 촛대봉(1703m)에 도착하였다.
천왕봉으로부터 4.4Km지점, 노고단까진 아직 21.1Km가 더 남아 있다.
아직까진 나의 체력이 남아돈다.
천왕봉 --> 통천문 --> 제석봉 --> 장터목 산장 --> 연하봉 --> 삼신봉 --> 촛대봉
촛대봉을 지나 세석 대피소(1557m)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장터목과는 달리 세석의 샘물은 아주 콸콸 쏟아지고 있었고,
흡연자를 위한 흡연 공간까지 제공해 줘서...... 담배 한 대를 깊게 뽈고,
다음 목적지인 벽소령 대피소를 향해 발길을 재촉하였다. 세석에서 벽소령까진 6.4Km의 오르내리막의 연속이다.
세석 대피소를 출발하여 오르내리막의 연속인 영신봉과 칠선봉(1558m) 덕평봉을 차례대로 지났다. 위 사진은 칠선봉의 모습이다.
칠선봉과 덕평봉 사이에 피어 있던 지리산의 원추리꽃이다.
이곳은 곳곳이 천상의 화원을 이루고 있었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어 드디어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아직까진 체력적 무리가 없었지만,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벽소령 대피소에서 노고단까지는 14.1Km, 천왕봉까지는 11.4Km이다. 종주 능선길의 중간 대피소라 생각하면 된다. 또한 이곳 벽소령에서 음정 마을로 하산할 수 있다.
벽소령 대피소를 지나고부터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당일 종주를 하고야 말겠다는 신념으로 죽기살기로 버티며 전진해 나갔다. 위의 사진은 벽소령 대피소를 지나 나오는 형제봉의 장엄한 모습이다.
벽소령에서 연하천까지의 길은 그야말로 죽음의 길이었다.
오후 3시, 드디어 연하천 대피소에 발을 디뎠다.
연하천의 날씨는 그야말로 찜통이었고, 25Km 이상을 걸어온 나 또한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전혀 비가 내리지 않을 것 같은 날씨였는데..... 뱀사골에 이르러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참으로 감잡을 수 없는 지리산의 날씨이다.
연하천 대피소에는 노고단 방향으로 백두산이라는 푯말이 위의 사진처럼 설치되어 있다. 지리에서 백두까지 걸어갈 날이 빨리 왔으면.......
연하천 대피소를 떠나 토끼봉을 찍고 지나면 커다란 헬기장이 나온다.
이곳에서도 노고단까지는 8Km가 넘게 남아 있다.
연하천 대피소 ---> 토끼봉 ---> 화개재
위의 사진이 화개재이다. 이곳이 뱀사골과 합쳐지는 삼거리이다.
화개재에 도착(오후 5:30분)하니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200여m 밑에 있는 뱀사골 대피소로 피신하였다. 비는 그칠지 모르고 계속 쏟아졌고, 결국 비가 그칠 때까지 뱀사골 대피소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비가 그쳤고, 나는 새벽 1시가 조금 넘어서 또다시 종주 산행을 감행하였다.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간과 비가 온 뒤라서 자욱한 물안개로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였지만, 또다시 감각적으로 노고단쪽으로 진행해 나갔다.
뱀사골 대피소 ---> 화개재 ---> 551계단 ---> 삼도봉
화개재를 지나면 삼도봉까지 551계단이 나타난다. 정말로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마의 계단이다. 위의 사진은 새벽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의 삼도봉 모습이다. 안개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고, 물안개가 칠흑처럼 자욱했다.
삼도봉은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를 나뉘는 정중앙부로 쇠봉우리에는 이 3개의 도가 적혀 있다. 삼도봉을 붙잡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멀리서 낙뢰가 번쩍거렸다. 며칠 전 북한산과 도봉산, 수락산에서 낙뢰 맞고 등산객이 죽었다는 뉴스가 생각이 나서 삼도봉을 급히 내려와 버렸다. ㅎㅎ
삼도봉을 지나 지리산의 두 번째 봉우리인 반야봉을 찍고 노루목 삼거리에 내려온 시간이 새벽 3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이곳 노루목 삼거리는 반야봉으로 오르는 길로, 반야봉까지 왕복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곳에서 당일 종주를 하는 아저씨 3분을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눈 후, 나는 또다시 노고단을 향해 걸었다. 너무나 어두웠으며 심지어는 무섭기까지 했다.
노루목 삼거리를 지나 임걸령, 피아골 삼거리, 돼지령을 지나 드디어 노고단 고개이다. 시간은 새벽 5시 30분!!
백무동을 출발하여 이곳 노고단 고개까지 38Km에 가까운 거리를 걸었다.
이곳 노고단 고개에서 하늘정원을 지나 노고단 정상(길상봉 1507m)을 밟고, 마지막 종착점인 성삼재를 향했다.
드디어 마지막 종착점인 성삼재(해발 1090m)이다.
40여 Km에 이르는 대종주 산행을 마감하는 순간이다.
힘들고 지쳤지만, 마음만큼은 온 세상을 다 밟고 선 듯한 느낌이었다.
지리산의 그 웅대함과 장엄함!! 한민족의 기상이 발원된 곳!!
그곳을 다시 한번 밟았다는 것에 감개무량하다.
(이제는 최소한 1박은 하고 종주를 해야겠다. 너무 힘들다. 이젠 나도 늙었나 보다 ㅠㅠ)
곡신 (2007/08/10 21:37:07)
대단해요!! 나도 가고파..
03 (2007/08/12 11:33:15)
우와~
김기상 (2007/08/17 18:06:09)
형님 역시 멋지게 살고 계시네요.
전문산악인도 아니고 당일종주를 하시다니, 그리고 가실데는 다 가셧네요. 체력(혹은 정신력)이 정말 대단하시네요.
신입생때 첫눈오고 얼마 안되서 구두신고 동아리방 부스터 챙겨서 대청봉 올랐던게 새삼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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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호의 지리산 종주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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