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차고 어른이 되어 가면서 경조사에 자주 참석하곤 한다. 결혼식, 장례식과 같은 관혼상제와 마주칠 때면 내가 그래도 가끔은 사회인이고 이 사회에서 어른임을 조금씩 느끼곤 한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난, 상갓집에 가서도 죽음을 느끼지 못하고 아주 일상적인 악수와 술잔을 돌리다 올 뿐이었다. 가장 죽음과 대면하기 쉬운 상갓집에서도 죽음은 잊혀지기 쉬운 사람의 안부처럼 그렇게 쓸쓸하게 거리를 두고 있을 뿐이다. 설령 그것이 유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의식일지라도 죽음에 대해 너무나도 정직한 생각을 하는 나로서는 때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면도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조의를 표하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향을 피우고 절을 하지만, 그것이 죽음에 대한 애도이기에는 뭔가 늘 부족한 느낌이었다.
김훈의 소설, 〈화장〉을 읽어내려 가면서 상갓집에서 내가 늘 느꼈던 그 불편한 죽음과의 격리상태를 또다시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이라는 것은 온전히 본인의 것이지, 산 사람의 몫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 사실을 재차 확인하는 것과 같은 그런 글을 읽는 느낌이랄까. 상갓집에서의 그 불편한 느낌은 아마 그것일 것이다. ― ‘죽은 자’와 ‘산 자’의 격리감에서 오는 불편함……. 그런 점이 아마 장례를 치루고 난 뒤 주인공이 조의금으로 빚을 갚을 생각을 한다든가, 장례식에 와서까지 회사업무를 이야기하는 문상객들을 묘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중요한 일상은 죽음과 마주하는 상갓집에서조차 여전히 생의 효력을 발휘하여 마치 마취상태인 양 죽음을 느낄 수 없는 것, 죽은 자의 넋은 단정하게 불에 타 가루로 남을 뿐, 산 사람은 여전히 삶의 몫을 챙겨 살아가야 하는 것. 장례란 오히려 죽은 자를 위한 의식이기보다는 산 자를 위한 의식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의 우리는 어쩌면 죽음과 마주선 순간에서도 고달픈 일상에 눌려 죽음조차 불러오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상갓집은 자기 자신의 존재를 묻기에 가장 쉬운 실존적 장소임에도, 죽음에 대한 아주 짧은 성찰조차 시간에 떠밀려가듯 습관과 일상에 덮여 가려질 뿐이다. 결국 우리의 삶은 어느덧 죽음조차 불러내지 못하는 그런 일상에 묻혀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이 소설을 읽고 다시한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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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간단하게 소설을 읽고 느낌을 정리했습니다.
책을 받았는데,, 모임에 참석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어,,,
독후감이라도 남겨야 할 것 같아서요,,,
다음 번 졸업생 모임에는 여력이 되면 참석해 보도록 노력할께요.
이번에 받은 책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김훈에게 반할 것 같거든요..
꼼꼼하게 더 읽어봐야 겠지만,,,
그의 글 솜씨,, 참 대단하더군요.. ^^;;;
오랜만의 소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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