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심란한 만큼
오늘 방송 토론을 본 나도 무척이나 착잡했다.
우리 남편은 뭐 그리 과민 반응이냐는 투로 날 달랬지만
난 왜이리 가슴이 저리는지 모르겠다.
난 사실 중용의 입장에서 TV앞에 앉았다.
'젊은 평검사'들이 나온다기에 그들의 당찬 소신은 뭘까 기대도 하면서...
내 소감은 한마디로
자신의 기득권이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계급 의식에
되게 한방 맞은 기분이다.
부자들이 엘리트 그룹을 만들고 그엘리트들이 권력까지 갖는 새로운 계급 사회가 이미 우리 사회에 공공연히 널부러져 있다.
검사들은 자의든 타의든 권력 그룹으로 인정 받고 있다. 어려운 사시에
도전 하려 하는 것도 모두가 인정해 주는 그 지위를 얻기 위한 것이겠지.
그 도전과 성취에 딴지를 걸려는게 아니다. 그렇게 얻은 권력이 제대로 쓰여지지 못함이 개탄스러운 것이지.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지.
검찰이 인사권의 독립이 없어 중립적이고 독립적이지 못했던건가?
그들이 정치권의 압력을 얘기 하지만 그 압력에 저항하지 못한 책임은
누구의 것인지 묻고싶다. 노짱의 일방적인 인사에 대해 이제서야 제 정신들어 압력을 걷어 치우라고 말하는 그들의 함성은 우습다. 그들의 저항이 저항이 아니라 트집으로 비쳐지는건 이제까지 그네들이 스스로 보여준
결과물이다.
책임 있는 자리가 있다. 나는 아이들을 낳음으로 해서 좋은 부모가 돼야할 개인적인 책임이 있다. 교육자는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쳐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고, 검사들은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해 올바른 수사를 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사회 지도층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지위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에겐 더 큰 책임이 있고, 우린 그들에게 더 큰 기대가 있고, 반대로 더 큰 분노를 갖게 된다.
그래, 이 모든게 과거사였다고, 앞으로 잘할테니 이제 우리 뜻을
거역하지 말라는 검사들의 말에 수긍하고 들어 간다고 하자.
오늘 보여준 검사들의 언행과 의식은 안봤다면 그나마 갖을 수 있었던
기대마저 앗아가 버렸다. 우리 나라 최고의 엘리트 집단을 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대다수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100평짜리 호화 빌라를 상상해 낼 수 없듯이 부자들은 쪽방을
모른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지. 검사들의 눈물나는 하소연을 듣다 정말 눈물이 날 뻔했다. 그래 힘들겠지. 검사되면 잘 살줄 알았는데 과로에, 다친다는 압력에 그동안 물심양면 시험에 붙기까지 받어온 대우에 비하면 얼마나 힘겨운 생활이었을까, 아! 저들에겐 그런것이 힘든거구나, 그러니 권력이 기침 한번 하면 알아서 입원까지 시켜주지 이해가 되더구나. 그들의 그런 정서와 의식이 스스로 권력의 편으로 다가가는 바탕이 되는게 아닐까 우려된다.
내 표현들이 비아냥으로 들릴 수도 있다. 정작 봐야할 중심을 못보고 사족에 지나지 않은 이야기꺼리로 빈정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런건 진짜 사족이지. 그런 자리에 나와서 이 땅의 검사로서 똑바로 서겠다는데 왜 건드리냐고 아우성 치는 사람들로서 할 말이 아니었지.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얘기 했고 그게 그들이 국민 앞에 당차게 보여준 모습이다.
이번 토론을 보면서 가슴이 답답한 것은 평검사들도 이미 권력의 맛을 흠뻑 보고 있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사회 정의감에 불타 사시를 본 사람 보다는 개인의 꿈을 위해 사시에 도전한 사람이 많겠지. 위에서도 말했지만 그러한 그들의 꿈이 나쁘다는게 아니다. 하지만 이제 그 꿈을 이뤄가고 있는 그들이 개인의 꿈 만을 이루기 위해 일 해서는 안되는 것인데 그들이 설마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여 불안하다
너의 조금은 어눌했던 말투와 큰 눈망울이 생각난다.
우리에게 검사들의 진의를 알리고자 하는 너의 진심을 느낄 수 있다.
니가 그 큰 눈망울로 약간 더듬으며 입을 떼면 누가 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있겠니?
모든 검사들이 개인적 친분으로 보면 좋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 사회의 책임있는 조직의 한 구성원일 때, 그들은 조직원으로 보여줘야할 훌륭한 자질과 사회의식, 그리고 민중을 향한 뜨거운 가슴을 가져야 할것이다.
사적인 정담을 나눠야 하는데
하필 오늘
이런 마음에
너의 글을 보고 두서없이
마음을 늘어놓게 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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