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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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6 12:23:45)

임태훈

[공지] 04년 하계 방학 글터 문학상 (나영주)

▣ 04년 하계 방학 글터 문학상 02학번 나영주 님의 시
'젊은 날, 죽음을 생각하다'가 선정되었습니다.
심사는 91학번 김민숙 선배님께서 해주셨습니다.
바쁘신 일과를 쪼개 시를 읽고
심사를 해주신 선배님께 감사드리며
의경 복무 중에도 홈페이지를 찾아 좋은 작품을 올린
영주 군을 격려합니다.
수상자에게는 졸업생 위원회에서 준비한
도서상품권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수상작 '젊은 날, 죽음을 생각하다'는
대학병원의 장례식장 플랫카드를 보고
시인이 느끼게 되는 생각의 흐름을 적고 있습니다.
정제가 될 된 관념적인 표현이 시라기 보다는 수필 같은 느낌을 주지만
사물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과 감동을
발견하려는 시인다운 진지한 시선에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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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죽음을 생각하다

지나가다
어느 대학병원에 새롭게 개장한
장례식장을 홍보하는
플렛카드를 본다
이미 세상사람들에게 상식이 되어버려
그렇듯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홍보를 하는 거겠지만
불량한 동물인 나는
그런 작은 편리함에도
시비를 걸고 싶어진다
붙어있는 두 건물사이의 벽은
삶의 희망와 죽음의 욕구 사이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을 것이다
한 건물은 삶과의 지루한 전쟁을 치르고 있겠고
한 건물은 삶과의 종전을 선언하고
죽음의 평화를 재건하고 있겠지
누구에게나 예비된 죽음은
갑자기 날아온 친인척의 訃告처럼
우체국 직인만 찍히면
배달사고 없이 다음날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다
삶은 이런 불유쾌한 訃告들을
매일 아침 쓰레기통에 집어던지며
하루하루 밀어내는 의미로운 전쟁
타인의 죽음에서 자신의 죽음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쩌면
외로운 동물이라서 느끼는
임사체험일까
삶이 붐벼야 할 젊은날
무엇이 외로워서 나는
죽음을 생각해야 하나
고갤 숙여 내가 딛고 서있는
아스팔트를 보니
결코 부서지지 않을 것만 같은
견고한 삶에도 균열이 생겨 있었고
그 사이로 녀석이 빼꼼히
어린 싹처럼 고갤 내밀고 있었다
그래, 그랬구나
너는 내가
태어날때부터 그렇게
조금씩 돋아나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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