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2-03-15 00:00:23)

이재훈

시집신간 : 비를 기다리며 - 『뿔을 적시며』(이상국,'12.2 창비)

비를 기다리며

이상국

비가 왔으면 좋겠다
우장도 없이 한 십리
비 오는 들판을 걸었으면 좋겠다
물이 없다
마음에도 없고
몸에도 물이 없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
멀리 돌아서 오는 빗속에는
나무와 짐승들의 피가 들어 있다
떠도는 것들의 집이 있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
문을 열어놓고
무연하게
지시랑물 소리를 듣거나
젖는 새들은 바라보며
서로 측은했으면 좋겠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
아주 멀리서 오는 비는
어느 새벽에라도 당도해서
어두운 지붕을 적시며
마른 잠 속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

- 감상 -

비 오는 날 밤에 한강에 산책을 나간 적이 있습니다.
사람은 아무도 없어 조용하고
바람에 물비린내가 나고
숨을 쉴때마다
바람이 입속으로 들어오는데
가슴이 젖는 느낌이 들더군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마른 나무에 물을 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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