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마음 시린 바람만 불고 있었다
하얗게 뼈를 드러내는 거리의 나무들 ,
덩달아 나의 마음도 처참하게 말라 가고 있었다.
백색의 종이 상자 안
분주히 출구를 찾아 헤매 이는
한 마리 개미가 있었다.
나는 펜을 들어 개미의 뒤를, 또 한 마리의 개미가 되어
분주히 쫓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개미는 지쳐갔다.
개미는 자신이 오 이 이상한 세계,
사각으로 잘 조직된 단조롭고도 권태로운 백색의 감옥
에 던져졌는지 알지 못했다.
개미는 자신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을 모른 채
느릿느릿 죽어 갔다.
나 또한 지쳐 흐물거리는 움직임을 멈췄다.
나는 우울했다. 죽어 하얗게 말라 가는 개미,
나는 참담한 마음으로 백색의 종이 상자를 태워 버렸다.
나의 생각은 남아 있었지만
길은 검은 새가 되어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나의 꿈도 사랑도 길을 잃고 서서히 죽어 가는 개미가 되어
해질 무렵, 죽은 햇살만 무섭게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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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김선태 - 한 마리 개미의 죽음에 이르는 路程/images/i_list.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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