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2-05-01 23:55:08)

이재훈

가득한 한심

가득한 한심

                                            박노해(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오늘은 한심하게 지냈다
일도 하지 않고 책도 읽지 않고
마루에 걸터앉아 우두커니
솔개가 나는 먼 산을 바라보고
봉숭아 곁에 쪼그려 앉아 토옥토옥
꽃씨가 터져 굴러가는 걸 지켜보고
가을 하늘에 흰 구름이 지나가는 걸 바라보고
가늘어지는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꿉장난하는 아이들과 남편 배역을 맡아 하다가
목이 말라 우물가에서 심심한 물 한 모금 마시고
늘씬한 여자가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연노랑 빛 논길을 지나 고개 숙인 수수밭을 지나
양지바른 무덤가에 누워 깜박 졸다가
붉은 노을에 흠뻑 물들어 집으로 왔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 가득한 한심으로
기나긴 하루 생을 위대한 스케일로 잘 살았다

- 감상 -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일 수 있습니다.

조조는 본격적으로 출사하기전
한량같이 놀며 세월을 보냈습니다.

제갈량은 융중대에서
휘파람 불며
잠자며
밭을 갈며 지냈죠.

강태공은 바늘없는 낚시대로 세월을 보냈죠.

일상적인 것들에 쫓기며 살다보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열심히 살게 됩니다.

멈추는게 필요합니다

회사다닐 때 건물 설계 도면을 점검한 적이 있는데
제가 너무 세세하게 살피자
협력업체 분이 조언해주신게 기억에 납니다.

설계도면의 너무 세세한 걸 살피다
눈앞에 보이는 큰 걸 놓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세세한 부분은 건물을 다 지은 후에도 고칠 수 있지만
큰 부분은 수정하는게 거의 불가능 합니다.

인생의 큰 부분이 무엇인가?

어떻습니까?
가득한 한심이 필요하겠죠? ^^

김태일 (2012/05/11 17:30:11) 살아가는 방법의 변화??


315	시집신간 : 밥상을 버리며 - 『뿔을 적시며』(이상국,'12.2 창비) [1]	이재훈	12/03/20	2155

314	3월31일까지 휴식 [2]	이재훈	12/03/24	1631

313	추천시인 : 심보선 미망 Bus	이재훈	12/03/19	2031

312	詩대詩 : 06 김영상 굳은살 - 이상국 혜화역 4번 출구	이재훈	12/03/19	1945

311	일년에 열두시인 : 고은 시에게	이재훈	12/04/01	1712

310	연 날리기	이재훈	12/04/02	1595

309	결혼축시 : 두 사람	이재훈	12/04/03	1846

308	詩대詩 : 해바라기 - 사랑한다	이재훈	12/07/06	1975

307	기도	이재훈	13/01/09	1995

306	나딘 스테어 :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재훈	14/01/01	1533

305	김주대 : 영혼의 인간 [1]	이재훈	13/09/03	1675

304	국정원 부정선거 규탄 및 책임자 처벌 촛불문화제 9.13일 금 서울광장 7시!!!	이재훈	13/09/10	1519

303	시집신간 : 끌 수 없는 불 - 『그 모든 가장자리』(백무산,'12.3 창비) [1]	이재훈	12/04/09	1738

302	촛불의 광화문	이재훈	13/06/19	1403

301	추천시인 : 심보선 식후에 이별하다	이재훈	12/04/15	3148

300	곰의 방문	이재훈	12/07/18	1829

299	08 고기태 눈 - 정호승 자국눈 [2]	이재훈	12/04/17	2006

298	용장사지 가는 길	이재훈	12/04/18	1820

297	날아가는 법 [1]	이재훈	12/04/19	2000

	가득한 한심 [1]	이재훈	12/05/01	2042


[1][2][3][4] 5 [6][7][8][9][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