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2-07-06 18:41:56)

이재훈

詩대詩 : 해바라기 - 사랑한다

해바라기

                          03 김경영(2010년 글터문집)

길에 노닐다 스쳐 지나온
맑은 아카시아 꽃내음처럼
싱그러이 찾아왔습니다.
초저녁 눈 비비며 일어나
서광이 비칠 즈음 단잠에 빠지는
자그마한 별님의 속삭임같이
은은한 열기에 녹아든 강줄기되어 찾아왔습니다.

곁에 있을 동안은
시리게 가슴 깊이 박히어서
흔들림없이 바라만 보았습니다.
볕따라 흔들릴 해바라기처럼
비취진 길 따라 걸음이
하나에 의미라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쓰러져 간 다른 꽃잎들처럼
강렬한 햇볕에 말라비틀어진
해바라기의 시린 엇가림은
썩어 문드러 잊혀져 갈 겁니다.
헤매인 흔적도 없었단 것처럼
고이간직한 시라린 열망은
가슴 한 껸에,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않고선
고이잠이든 보물상자 속에서
사그라집니다.

저녁놀 서편 저쪽으로
엉금엉금 기어가는 고요한 잠꼬대처럼
조근조근 떠나갑니다.
바다 저편으로 떠나간 님 바라보다
돌이 좋아 돌이 된 잔인한 기다림처럼
처량한 발걸음 떠나갑니다.

어딘가 해바라기의 향내를 기억하겠죠
그 향기에 취하여 잊지 못하여
찬란한 해바라기를 다시 피울겁니다.
못다이뤄 서글픈 열기를 퍼트리며

싱그러운 햇살아래 해바라기 홀로 서 있답니다.

- 감상 -

연인에 대한 해바라기 사랑이 잘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아래는 비슷한 주제를 가진 정호승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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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정호승(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밥그룻을 들고 길을 걷는다
목이 말라 손가락으로 강물 위에
사랑한다라고 쓰고 물을 마신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리고
몇날 며칠 장대비가 때린다
도도히 황톳물이 흐른다
제비꽃이 아파 고개를 숙인다
비가 그친 뒤
강둑 위에서 제비꽃이 고개를 들고
강물을 내려다본다
젊은 송장 하나가 떠내려오다가
사랑한다
내 글씨에 걸려 떠내려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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