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죽인 건 너다 죽어서도
삼겹 사겹의 두려움을 벗지 못하는
너의 불안이 네 목을 짓눌렀다
너는 생의 목적이 그것뿐인 양
먹이를 달라고 꿀꿀거렸다 그렇게 먹고도
네가 더 달라고 꿀꿀거렸을 때, 주인은
그제야 네 의중을 안심했다 그것은
어떤 탈주도 꿈꾸지 않고 복종하겠다는
가장 확실한 약속
근수를 달아주랴 눈금을 속여주랴
도살장은 무죄다
그것은 결과였을 뿐 원인은 아니었다
원인은 네가 돼지였다는 사실뿐이다
네가 끊임없이 먹고 있을 때
너를 먹는 더 거대한 입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피해버린 너의 굴욕
너의 비겁이다
이재훈 (2012/09/12 14:00:03)
이 시인은 67년생으로 일용직 용접공으로 배관공 보조로 비정규직으로 험한 노동에
종사하면서 시를 쓰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노동시"같이 보입니다. 이 시인의 시에는
분노가 느껴집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분노가 이 사회에 대한 분노가 읽는 시마다 느껴집니다.
분노를 직설적으로 내밷습니다.
이 시인은 "오래 산 나무에 대한 은유로 가득찬 시들을 보면 벌목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합니다.
김태일 (2012/09/16 10:31:11)
송경동과 진보신당의 정진우 비정규직 실장 두 사람이 한진 중공업 대량 해고에 맞서 크레인을 점거해 장기농성 중이었던 김진숙 민노총위원을 지지하기 위한 희망버스를 기획했다. 이 일로 인해(덕분에?) 한진중공업 사태는 해결되고 고공 농성도 막을 내렸지만 정작 두 사람은 구속 수감 되어 재판을 치르는 사고를 겪게 되었다. 그 놈의 제 3자 개입금지 어쩌구 저쩌구 하는 법률 조항들로. 국가권력과 자본은 언제나 어디서나 잘도 개입하시면서 노동자에게 손발 묶고 싸우라는 식의 법조항이라니. 참 후진국 스,럽기 짝이 없다.
어쨌든 송경동 시인의 시에 느껴지는 분노는 분명 그 무게에 걸맞는 실천도 지녔으니 그 나름 존경스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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