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 인사동에서도 굉장히 평판이 좋은 식당이다. 건물은 현대식이고 1, 2층 모두 식당이다. 식사는 신발을 벗고 방에 올라가서 하게 되는데, 지리산에서 공수해온 황토로 만든 마룻바닥이 어찌나 섬세한지 식사하려고 올라앉은 사람들마다 눈여겨 들여다보게 된다. 분위기는 평범하며 그다지 엄격하지도 않다. 그리고 다행히 이곳에선 공연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도착했을 때(주중 저녁7시30분)는 가을철에 행락객들로 붐비는 지리산보다 더 북적거렸다. 그렇다면 이곳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뭘까?
이 집의 주인은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전라도 출신, 이곳에는 두부를 가지고 만든 음식들이 많아 메뉴가 채식주의자를 위한 것이라 할 만하다. 정식(세트 메뉴, 1인당 1만원)을 시켰다. 반찬이 한 상 가득 나오는데, 우리는 여기다 김치 콩비지(5천원)까지 주문했다. 여기는 순두부가 특히 유명하다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아쉽게도 순두부는 다 팔리고 없었다.(얼마나 인기 있는 음식인지 벌써 증명이 된 셈이다). 만약 순두부를 먹고 싶다면 점심 때 가는 것이 좋다.
음식은 짙은 갈색 토기 그룻에 나오는데 나무로 만든 투박한 테일블과 잘 어울린다. 식사는 모두 한꺼번에 서빙된다. 된장찌개, 강남콩밥, 콩비지, 생선구이, 가지, 두부, 호박전, 그리고 김치가 반찬으로 나온다. 된장찌게와 생선은 그저 보통 수준이고, 나머지는 모두 맛있다. 그중에서 특히 김치 콩비지가 최고다. 향도 은은하고 그리 맵지 않아 꼭 이탈리안 음식을 먹는 것 같다. 임 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은 마치 인도 음식인 '달'과 견줄 만하다.
또 도라지 무침은 맛이 쌉쌉하고 버무린 양념이 매운 반면 꼭 인삼처럼 생긴 둥굴레 뿌리는 맛이 순하고 덜 맵다. 김치는 너무 익어서 신맛이 강했지만, 시골스런 소박한 맛이 났다. 매콤한 양념에 참깨와 쪽파를 뿌린 가지는 양도 푸짐하고 맛도 있다.
여기서 동동주 한 잔 하지 않는다면 안 될 말이다. 쌀이 둥둥 떠 있는 동동주는 시원하고, 크림을 먹는 것처럼 목구멍으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동동주는 원래 받에서 일하던 농부들에게 영향을 주면서 동시에 약간의 알코올 기운으로 기분전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음료였다.
총평 ▶ 최고다, 제대로 된 서빙, 적당한 가격, 시골의 소박한 요리법,
옴에 좋은 음식 재료, 간결하면서도 독특한 향
출처 : 나는 서울이 맛있다. "음식 평론가인 영국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가
서울 안팎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찾아낸 맛았
는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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