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7-07-25 21:30:05)

이재훈

03 조윤 - 입산 금지의 치악산, 산행

입산 금지의 치악산, 산행

03 조윤 (청춘을 새기는 시간)

1. 싸리나무에게

회초리가 되어라
네 허리를 꺽어 어린 자의 종아리를 쳐라
빗자루가 되어라
나태하게 자란 몸은 끈으로 묶고
머리를 땅에 박아라
마당에서 뒹구는
어울리지 않는 잡티들은
가장자리로 몰아내어야 한다
흙먼지에 숨이 막히거든, 참아
돌부리에 걸려 머리가 아프더라도, 참아
닳고 달아 결국 내버려져도, 사는 게 다 그런 거니, 그래도 참아

2. 산행

입산금지의 치악산을 오른다
불법, 벌금, 무단입산, 이라고 적힌 팻말은 이미 멀어졌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
산길에는 솔잎이 수북이 쌓여있고
사람의 흔적은, 길, 그것뿐이다
알아보기조차 힘든 희미한 길을 걷는다
봄을 증명하는 듯 노랗게 핀 산수유 꽃나무와
겨우내 힘들었는지 허리가 푹 꺽인 억새받을 지나
햇살에 하얗게 빛나는 앙상한 나무들의 숲을 걷는다
이제 막 맺힌 꽃봉오리들, 가늘지만 단단한 육체
싸리나무가 숲을 만들었다
누군가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되지 못하는, 싸리
타성이 두려웠던 몇이
나보다 먼저, 입산금지의 치악산을 올랐다
이미 뿌리를 내리고 숲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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