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2-03-04 23:53:16)

이재훈

시집신간 : 달려라 도둑 - 『뿔을 적시며』(이상국,'12.2 창비)

달려라 도둑

                                                    이상국 (뿔을 적시며)

도둑이 뛰어내렸다
추석 전날 밤 앞집을 떨려다가 퉁기자
높다란 담벼락에서 우리 차 지붕으로 뛰어내렸다

집집이 불을 환하게 켜 놓고 이웃들이 골목에 모였다

"글쎄 서울 작은집, 강릉 큰애네랑 거실에서 한잔하며
고스톱을 치는데 어디라고 들어오냔 말야."
앞집 아저씨는 아직 제정신이 아니다
"그러게. 그리고 요즘 현금 가지고 있는 집이 어딨어,
다 카드 쓰지. 거 돌대가리 아냐?"라고 거드는 피아노교습소
집 주인 말끝에 명절 내가 난다
한참 있다가 누군가 이랬다
"여북 딱했으면 그랬을라고......"

이웃들은 하나둘 흩어졌다
밤이슬 내린 차 지붕에 화석처럼 찍혀 있는 도둑의 족적을
바라보던 나는 그때 허름한 추리닝 바람에 낭떠러지 같은
세상에서 뛰어내린 한 사내가 달빛 아래 골목길을 죽을 둥
살 둥 달려가는 걸 언뜻 본 것 같았다

- 감상 -

이 시인의 시는 편하고 소박합니다.

매월 신간 시집을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에서 신간 시집을 검색한 다음
근처 서점에 갔었습니다.
하지만 검색했던 시집을 읽어 보니
마음에 안들더군요.
언어는 기발하고 사색은 깊이가 있는듯 했으나
제 가슴을 울리는 시들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1시간 가량 뒤지다가 마음에 드는 시집을 간신히 발견했네요.^^
이분은 1946년생입니다. 고향은 강원도 양양
저는 나이가 좀 든 시인이 좋네요.
시에서 인생의 내공이 느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135	미꾸지 고개	이재훈	13/05/11	1958

134	류시화 - 얼음연못	이재훈	17/01/26	1966

133	일년에 열두시인 : 이해인 해녀의 꿈	이재훈	12/03/10	1967

132	詩대詩 : 06 김영상 굳은살 - 이상국 혜화역 4번 출구	이재훈	12/03/19	1968

	시집신간 : 달려라 도둑 - 『뿔을 적시며』(이상국,'12.2 창비)	이재훈	12/03/04	1970

130	이건창 -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이재훈	14/08/29	1974

129	10 이재섭 하늘바라기 - 이정록 마흔셋 - 박노해 이상理想	이재훈	12/05/05	1975

128	이상국 - 청호동에 가본적이 있는지	이재훈	14/08/11	1978

127	좋은 나이 마흔	이재훈	12/09/28	1981

126	김주대 - 노래가 된 골목	이재훈	14/02/27	1985

125	김남주 - 종과 주인	이재훈	14/04/15	1987

124	명궁(名弓)	이재훈	12/07/24	1988

123	87 김태일 - 태양의 유효기간	이재훈	14/12/16	1990

122	송경동 - 똥통 같은 세상	이재훈	14/04/09	1999

121	詩대詩 : 해바라기 - 사랑한다	이재훈	12/07/06	2002

120	5월밤	야생초	03/05/20	2008

119	도살장은 무죄다 [2]	이재훈	12/09/07	2014

118	최정희 - 밑줄 쫙 별표 다섯	이재훈	14/06/23	2015

117	나도 이제 기와불사를 하기로 했다	이재훈	12/06/28	2016

116	87 김태일 - "나는 어느 곳에서나 깨어 있고 싶다."	이재훈	15/02/0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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