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7-06-29 20:58:25)

이재훈

94 한훈 - 山行

山行

94 한훈 (청춘을 새기는 시간)

날이 진다 山脈은 어미의 가슴처럼
보드랖고 숲은 보이지 않는다 깊게
걸음을 옮기면 죽은 것 하나도
없고 눈 감으면 모두가 나를 덮쳤다
지친 너를 업으면
나무가 보이고 숲이 보이고 山脈은
위험하다 땅 위로 치솟은 뿌리에
걸리지 않으려 몸부림 친다
(아가, 아가
너는 이미 길을 잃었단다)
오르는 길은 내리막, 내려오는 길은 오르막
오르다 보면 등이 허전했고
내려오다 보면 너의 울음이 멀리서 들렸다
칠월의 밤은 차갑다 부들거리는
너의 입술 사이로 맺혀 떨어지는 날선
바위같은 노래를 들으며 우리의
정수리 불을 놓았다 더는
태울 것 없는 육신 그래도
山脈은 주름지어 나늘 올라 너를 내려 타고
(아가, 아가
나는 이제 길을 지운단다)
마지막 우리를 덥혀준다 날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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