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기차길
그 옆에 줄줄이 서있는
앙상한 가지의 나무들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고요한 바다
햇빛마저 희미해
웃을 수 없는 그 곳에
가만히 앉아있다
살짝 누워본다
아직 녹이 덜 슨 기차길
가지만 남은 나무 아래
살며시 몸을 흔드는 꽃
저 멀리 어렴풋하게 들리는
생생한 파도소리
... 세상이 죽어있는 게 아니라
내가 죽어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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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온에서
도종환(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내 안에도 출렁이는 물결이 있다
밀물이 있고 썰물이 있다
수만개 햇살의 꽃잎을 반짝이며
배를 밀어보내는 아침바다가 있고
저녁이면 바닥이 다 드러난 채 쓰러져
눕는 질척한 뻘흙과 갯벌이 있다
한 마장쯤 되는 고요를 수평선까지 밀고 가는
청안한 호심이 있고
제 안에서 제 기슭을 때리는 파도에
어쩌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래성이 있다
내 안에 야속한 파도가 있다
파도를 잠재우려고
바다를 다 퍼낼 수도 없어
망연히 바라보는 바다
밀물 들고 썰물 지는
갯비린내 가득한 바다가
- 감상 -
모두다 마음속에 바다를 가지고 있다
멀리 떠나 바다를 보면
마음이 설래는 것은
모두가 마음속에 바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얼어붙은 바다가
김태일 (2012/06/19 08:18:58)
인간은 아주 오래 전 부터 자연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고 자신의 위치를 잡고, 더 나아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구축해 왔다. 지금 위에 나오는 두 시 역시 동일한 방법을 통해 자신의 생명을 혹은 내면의 끝없는 갈등과 고뇌를 드러내는 작품이라 하겠다. 장자가 말한 방식의 한다면 무위의 태극이자 근원인 자연의 매우 다양하고 다른 모습 속에서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공통점이자 동일성이 바로 도라 했는데, 그 도를 어렴풋하게 느끼며 자연(혹은 세계)과 "나"(자아=인간)이 하나임을 느끼고 그 속에서 성찰과 삶의 방향을 잡는 인식을 획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두 시라 하겠다. 나도 어긋나지 않는 중도를 얻기 위해 자연과 함께 하려면 빨리 강원도로 내려가야 하나.
ㅋㅋㅋ. 이것조차 장자가 말한 쓸데없는 분별이며 구분이고 나눔인 것을 세상에 자연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그저 인위로 겉모습만 바꾸어 놓고 다들 도시니 문명이니, 인간의 역사니 하고 나불댈 뿐. 저자거리에 숨고 땅 속에 가라앉아 은거하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나는 대인(말 그대로 큰사람)이나 지인(깨달음이 지극한 사람)이 되기는 그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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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김태경 무제 - 도종환 와온에서/images/i_list.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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