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9-03-07 00:56:41)

이재훈

이정록 - 구부러진다는 것

구부러진다는 것

이정록

잘 마른
핏빛 고추를 다듬는다
햇살을 차고 오를 것 같은 물고기에게서
반나절 넘게 꼭지를 떼어내다 보니
반듯한 꼭지가 없다, 몽땅
구부러져 있다

해바라기의 올곧은 열정이
해바라기의 목을 휘게 한다
그렇다, 고추도 햇살 쪽으로
몸을 디밀어 올린 것이다
그 끝없는 깡다구가 고추를 붉게 익힌 것이다
햇살 때문만이 아니다, 구부러지는 힘으로
고추는 죽어서도 맵다

물고기가 휘어지는 것은
물살을 치고 오르기 때문이다
그래, 이제, 말하겠다
내 마음의 꼭지가, 너를 향해
잘못 박힌 못처럼
굽어버렸다

자, 가자!

굽은 못도
고추 꼭지도
비늘 좋은 물고기의 등뼈를 닮았다


315	이 시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2]	이재훈	12/12/20	2142

314	^^*	모우	03/04/07	2133

	이정록 - 구부러진다는 것	이재훈	19/03/07	2130

312	축을 생각한다	이재훈	12/07/27	2127

311	쌍화점	이재훈	12/07/31	2124

310	치마폭에 매화를 그리다	이재훈	12/09/08	2117

309	부처	이재훈	12/10/19	2109

308	88 노만수 - 중세의 가을 4	이재훈	16/12/22	2108

307	10 김태경 무제 - 도종환 와온에서 [1]	이재훈	12/05/16	2107

306	시론습작(詩論習作) - 살아 있고 동시에 죽어 있는	모우	05/03/20	2106

305	풍경 달다 [2]	이재훈	06/01/10	2100

304	2002년 시현실 겨울호 신인당선작 2	송정호	03/03/17	2100

303	'11문집 : 사월 교정	이재훈	12/02/28	2096

302	생각 없이 미소가 번지는 풍경에 관해	모우	06/03/17	2088

301	07학번 김태형 시 : 無言	이재훈	07/04/25	2087

300	이난영,김소영-진달래 시첩	이재훈	14/03/05	2082

299	못 위의 잠 [1]	김태일	12/05/14	2074

298	박노해 - 디레 디레 잘 레 만느	이재훈	14/07/07	2063

297	삼악산 [1]	이재훈	13/04/07	2053

296	한송이 꽃 [1]	이재훈	12/05/08	2053


[1][2][3][4] 5 [6][7][8][9][10]..[20]